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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장·비녀… 한방 음료·샴푸… 삼족오 새긴 가전…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동양풍(風)’이다.

 

먹고, 입고, 자는 생활 곳곳에 동양의 향기가 배어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른바 ‘동양풍 열풍’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왜일까?

 

우리 민화에서 가장 많이 쓰인 소재 중 하나인 나비를 김치냉장고 딤채에 디자인한 나비문양한복디자이너 배영진씨.

 

그는 “동양미는 그동안 우리가 모르고 지내왔던 것들이 마케팅과 결합하면서 이제서야 그 진가를 느끼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동양미가 주는 절제와 단순함, 소박한 디자인이 주는 편안함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공해와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들이 갈망하는 내면의 순수함과도 무관치 않다.

 

‘잘먹고 잘사는’ 것은 편안함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자연친화적 제품을 쓰고, 자극적인 음료보다 부담없는 ‘차음료’에 저절로 손이 간다.

 

생활 속 동양풍 제품 = 강렬한 색상의 ‘나비장’ 인기는 요즘도 식을 줄 모른다.

 

재물과 행복을 기원한다는 노란색과 빨간색 등 원색의 색감들은 집안 분위기를 확 바꿔놓는다.

 

고구려 벽화에 나오는 삼족오(세발 까마귀)문양과 봉황무늬를 새겨 넣어 중후한 분위기를 내는 LG전자의 휘센 에어컨 ‘오리엔탈 골드’는 차가운 ‘동양바람’을 만들어낸다.

 

올여름을 겨냥한 음료들은 ‘보양음료’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몸에 좋은 한방성분제품 일색이다.

 

옥수수수염, 결명자, 흑마늘, 검은콩, 복분자, 연근 등 ‘신토불이’재료들은 모두 음료로 만들어지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비녀, 구슬방울 등 동양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이템들이 여전히 인기다.

 

이런 동양풍 코드는 샴푸와 비누 등 생활용품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전통적인 한방 성분을 사용하거나 동양미를 가미한 제품 컨셉트와 디자인으로 고전적이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연친화적이면서도 몸에 좋다’는 성분 사용을 강조하는 것은 한국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웰빙열풍’과도 무관치 않다.

 

최근 출시된 샴푸와 비누, 생리대, 클렌징, 보디워시 등 생활용품 가운데는 ‘동양 무드’를 강조한 제품이 가장 많다.

 

LG생활건강의 한방샴푸 ‘리엔 카멜리아’는 옛날 여성들이 동백기름으로 머릿결을 가꾸던 지혜에 착안해 만든 제품이다.

 

아모레퍼시픽이 내놓은 두피케어 시스템 ‘모림 바이탈리치’는 특허 성분인 백자인과 율무, 구기자, 당약 추출물 등 전통 생약성분을 사용했다.

 

외국계 기업이 독주해온 생리대 시장에도 한방 기능성을 강조한 토종업체들이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LG유니참의 ‘바디피트 귀애랑’은 동의보감의 전통비법을 활용했고, 대한펄프는 숯·황토·천궁추출물·쑥 등 4가지 천연성분이 함유된 ‘매직스 한비’를 출시했다.

 

㈜시에이피사이언스가 천궁·당귀·박하를 함유한 천연허브성분의 프리미엄 생리대 ‘허밍스 오리엔탈허브’는 내수시장뿐 아니라 미국·중국·일본 등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다.

 

왜 동양풍인가? = 최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 동양적인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하기도 했던 배영진씨는 “우리가 아파트라는 콘크리트 하드웨어에 살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가 편안하게 느끼는 동양적인 소프트웨어를 찾으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동양풍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그 영역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 디자인연구소가 2007년 인테리어 트렌드를 절제와 단순함, 소박함과 편안함, 개성과 예술적 감각 등 3개의 테마로 발표한 것도 ‘동양풍 열풍’과 맞닿아 있다.

 

이 연구소 관계자는 “본질적인 것에 대한 아름다움의 추구, 진정한 가치와 감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박유현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매니저는 “웰빙 트렌드와 함께 조화와 자연스러움을 중시하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접점이 ‘동양풍’ 제품의 탄생 배경”이라며 “동양적인 재료와 성분들의 효능도 부각되고 있어 앞으로 사회문화적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